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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한 직업 소개

활장(궁장) – 전통 활과 화살을 잇는 희귀 직업의 세계

한국은 예로부터 활의 나라로 불렸습니다. 삼국시대의 고구려 기마병은 짧고 강한 복합궁을 사용해 전장을 누볐고, 조선 시대에는 활쏘기가 무예이자 군사 훈련의 핵심이었으며 동시에 선비들의 수양 도구로도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총과 화약 무기가 보급되면서 활은 점차 실전 무기에서 사라지고, 이제는 전통 문화와 정신을 상징하는 도구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때 활과 화살을 제작하는 장인을 우리는 활장(궁장)이라 부릅니다. 활장은 단순히 활을 만드는 기술자가 아니라, 나무와 뿔, 힘줄, 아교, 대나무를 조화롭게 결합해 수백 년 이어진 한국 활의 제작 기법을 오늘날까지 계승하는 국가무형문화재 제47호 장인입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이 직업을 가진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기계식 무기와 스포츠 장비가 대세인 시대에 활장은 대표적인 희귀 직업으로 분류되며, 장인의 수 역시 극히 제한적입니다.

그렇다면 활장은 어떤 과정을 거쳐 전통 활을 만들어내며, 현대 사회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요? 이제부터 활장의 세계를 네 가지 측면에서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전통 활과 화살을 잇는 희귀 직업

희귀한 직업 활장의 역사와 한국 전통 활의 독창성

활장은 단순히 무기를 제작하는 장인이 아니라, 민족 정체성을 상징하는 도구를 창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한국 활, 특히 조선 활은 세계적으로 독창적인 구조와 성능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활은 ‘각궁(角弓)’이라 불리며, 물소뿔·소힘줄·대나무·참나무·아교 등 다양한 천연 재료를 조합해 만듭니다. 일반적인 목궁(木弓)이나 단일 재질 활에 비해 훨씬 복잡한 제작 과정을 거치며, 그만큼 강력한 탄성과 정확도를 자랑합니다. 조선 시대 무과 시험에서도 활쏘기가 핵심이었고, 무예24기에서도 활술은 기본 무예로 자리 잡았습니다.

활장의 기술은 단순히 전투용 활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활쏘기가 선비들의 정신 수양과 예절 교육에 포함되면서, 활장은 왕실과 양반가, 군영에서 모두 중요한 장인으로 대우받았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이후 서양식 총기와 무기가 보급되면서 활 제작 기술은 점차 쇠퇴했고, 현대에는 극히 소수의 장인들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활장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한민족의 무예와 정신, 그리고 장인정신을 대표하는 희귀 직업으로 남아 있습니다.

 

활과 화살 제작 과정, 장인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예술

활장이 제작하는 전통 활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복합 재료 공예품’에 가깝습니다. 제작 과정은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되며, 각 단계는 장인의 세심한 감각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1. 재료 준비: 활 제작에는 대나무, 참나무, 뽕나무, 물소뿔, 소힘줄, 아교가 사용됩니다. 각각의 재료는 건조와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하며, 적절한 탄성과 강도를 가진 것만 선별됩니다.

2. 골격 형성: 나무와 뿔을 붙여 기본 활의 형태를 만들고, 뜨거운 불과 습기를 이용해 곡선을 잡습니다. 이때 활의 곡선은 발사력과 직결되므로 장인의 오랜 경험이 필요합니다.

3. 힘줄 부착: 활의 바깥쪽에는 소의 힘줄을 여러 겹 붙입니다. 이는 활의 탄성을 극대화하는 핵심 과정으로, 균일하게 붙이지 않으면 활이 휘거나 쉽게 부러집니다.

4. 건조 및 완성: 모든 과정이 끝나면 활을 오랜 시간 동안 건조시킵니다. 건조는 활의 성능을 결정짓는 마지막 관문으로, 이 과정이 잘못되면 활이 변형되거나 균열이 생깁니다.

화살 제작 역시 정교합니다. 대나무를 고르게 다듬고, 끝에 화살촉을 달며, 뒤쪽에는 새 깃털을 붙여 비행 안정성을 확보합니다. 화살 하나를 제작하는 데도 하루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숙련된 장인일수록 비행 거리와 정확도를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활장에게 있어 활 제작은 단순한 노동이 아닌, 자연의 재료와 인간의 지혜를 결합해 살아 있는 예술품을 창조하는 과정입니다.

 

현대 사회 속 활장, 희귀 직업으로 남은 이유

오늘날 활장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만, 실제로 이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그 이유는 명확합니다.

첫째, 경제적 어려움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전통 활의 수요는 크지 않습니다. 국궁을 즐기는 동호인이나 문화재 복원, 특별한 행사용으로만 활용되기 때문에, 활장이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둘째, 시간과 정성이 지나치게 많이 소요됩니다. 활 하나를 제작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며,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집니다. 빠른 생산과 대량 소비가 중심인 현대 사회에서 이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 전승 인력 부족입니다. 활 제작 기술은 단순히 이론으로 배울 수 없고, 장인의 오랜 경험과 손끝의 감각을 직접 전수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젊은 세대가 희귀 직업인 활장에 뛰어들기를 꺼리면서 후계자 확보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활장은 현재 국가와 일부 문화재 기관의 지원을 받으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보호 차원을 넘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활과 활쏘기를 체험·교육·관광 자원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희귀한 직업 활장의 문화적 가치와 미래 가능성

비록 활장이 희귀 직업으로 남았지만, 그들의 존재는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 활장은 문화유산 보존자입니다. 활과 화살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한국의 무예, 철학, 미학을 담은 상징적 도구입니다. 활장이 없다면 이 기술은 단절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우리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둘째, 활장은 교육적 가치를 가집니다. 활 제작 과정은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인내와 집중력을 요구합니다. 이는 현대 사회의 교육 현장에서 장인정신과 느린 미학을 전할 수 있는 훌륭한 교재가 됩니다.

셋째, 활장은 문화 산업과 관광 자원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활장은 국궁 체험 프로그램이나 활 제작 시연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무형문화재 보존을 넘어 경제적 자원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활장은 희귀 직업의 상징성을 지닙니다. 현대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직업일수록 더욱 가치가 크며, 이는 미래 세대에게 전통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화두를 던져줍니다.

 

활장, 궁장은 단순히 활과 화살을 만드는 장인이 아닙니다. 그들의 손끝에서 태어나는 활은 한국인의 정신, 역사, 철학을 담은 살아 있는 문화유산입니다. 비록 현대 사회에서는 희귀 직업으로 남아 있지만, 바로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고 보존해야 할 가치가 큽니다.

우리가 활장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울일 때, 한국 활의 전통은 단절되지 않고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이어질 것입니다. 활장의 하루는 조용하지만, 그 결과물은 수백 년 뒤에도 한국 문화의 상징으로 남을 것입니다.